천차만별
십자 스프레드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인 십자 모양으로 카드를 배치해요. 하지만 십자 모양으로 배치한 스프레드라고 해서 다 같은 십자 스프레드는 아니에요. 십자 모양을 만들 때 카드를 놓는 순서가 사람마다 다른 건 물론이고, 각 카드가 어떤 역할을 할지 붙이는 라벨 역시, 그냥 바리에이션 정도가 아니라 ― 사람마다 완전히 다르거든요. 그래서 다른 사람 손에 들려있는 십자 스프레드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십자 스프레드가 아니라고 간주하는 게 좋아요.
스키마카드 버전
십자 스프레드의 여러가지 버전 중에서 저는 청춘당 점집 아저씨가 설계한 버전을 사용해요. 이 버전은 켈틱 크로스의 왼쪽 부분 ― 그러니까, 켈틱 크로스의 1/2/3/4/5/6번 카드를 5장으로 압축했어요.

1. 현재 상황
2. 무의식적 동기/기저/장애물
3. 가까운 과거
4. 의식적 지향/예상
5. 가까운 미래
우선 켈틱 크로스의 오른쪽 부분, 7/8/9/10번 카드는 생략된 걸 바로 알 수 있어요.
보이는 건 켈틱 크로스의 왼쪽 부분인데요. 2번 "무의식적 동기/기저/장애물"에서 켈틱 크로스의 "장애물"과 "무의식적 동기/기저"가 하나의 카드로 합쳐졌어요. 얼핏 생각하면 단순하게 두 카드를 섞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. 왜냐하면, 켈틱 크로스의 "장애물"은 외적 작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카드인데, "무의식적 동기/기저"는 온전히 질문자의 내면을 나타내는 카드이기 때문이에요. 질문자에게 형성된 내면과 질문자 밖에서 닥쳐온 외적 작용이라는 정반대의 속성이 한 카드 안에 담겨있는거죠.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, 무의식적 동기/기저를 외적 작용으로 활용하는 건 불가능해요. 장애물이 한 발 양보할 수 밖에 없죠. 그래서 이 스프레드에서는 장애물을 외적 작용이 아니라, 질문자의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"내면의 장애물"로써 다루는 쪽으로 보완하는 게 좋아요.
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1번부터 차례대로 짚는 순차 해석이 잘 어울리고, 읽기도 쉬운 편이에요.
1. 현재 상황
1번 "현재 상황"은 사건이나 사고의 객관적인 시선이 아니라, 질문자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이자 거기에 대한 질문자의 태도로써, 지극히 주관적이에요. 이 카드를 질문에 맞물리면서 시작하면 나머지 카드들이 나타내는 바를 추적하거나 예측할 수 있어요.
2. 무의식적 동기/기저/장애물
2번 "무의식적 동기/기저/장애물"은 질문자가 놓치고 있던 무의식적 동기이자, 질문자의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내면의 장애물이에요. 이 카드는 1번 "현재 상황"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질문자의 주관적인 시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요. 질문자가 숨겨두고 있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오래된 트라우마를 들춰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, 이 카드를 가지고 마치 진실을 폭로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는 안되요.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의 태도 문제예요.
3. 가까운 과거
3번 "가까운 과거"는 질문자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직전 경험이에요. 이 카드는 1번 "현재 상황"을 바라보는 질문자의 주관적인 시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요. 그래서 1번 "현재 상황"을 먼저 읽은 뒤에 2번 "무의식적 동기/기저/장애물"과 함께 3번 "가까운 과거"를 보면, 1번 "현재 상황"에서 질문자가 이 사건을 왜 그런 식으로 대하는지 질문자의 스탠스를 이해할 수 있어요.
4. 의식적 지향/예상
4번 "의식적 지향/예상"은 질문자의 예측에 기반한 의식적 지향으로, 질문자가 이 사건의 흐름을 어떻게 예측하는지 엿볼 수 있어요. 이 카드는 쌩뚱맞게 등장하는 외톨이가 아니에요. 질문자를 이루는 역사들 ― 1/2/3번 카드들로부터 생겨나거든요. 질문자가 처한 현재 상황이 어떤지, 그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를 형성한 내면과 직전 경험은 무엇인지, 그렇기에 질문자는 이 사건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. 앞 카드들의 흐름을 물들여 읽어야 해요. 그에 따라 질문자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려 할지도 살펴보세요.
5. 가까운 미래
5번 "가까운 미래"는 2번 "무의식적 동기/기저/장애물"과 3번 "가까운 과거"에게서도 영향을 받고, 특히 1번 "현재 상황" 위에 놓여진 4번 "의식적 지향/예상"이 결국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보여주는 자리예요. 그래서 이 카드가 말하는 "가까운 미래"라는 건 하늘로부터 내려받은 계시가 아니라, 앞 카드들의 흐름이 빚어내는 모양이라고 할 수 있어요. 그렇게 그려본 마지막 그림이 정말 질문자의 행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짚어보면서 마무리하면 되요.